"꽉 차 울려 퍼지는 부드러움"…클라리넷의 정수 들려준 오텐자머

입력 2024-01-26 18:16   수정 2024-01-27 01:10


한경 아르떼 필하모닉은 청춘의 오케스트라다. 언제나 뜨거운 열의와 싱그러운 감성으로 관객을 맞이한다. 2024년의 포문을 다니엘 오텐자머와 열다니, 참으로 절묘하다. 오케스트라의 이미지와 딱 들어맞는 솔리스트다. 빈 필하모닉의 수석주자일 뿐 아니라 클라리넷 명문가의 소위 ‘금수저’다. 빈필 수석주자였던 에른스트 오텐자머의 아들이자, 현재 베를린 필의 수석인 안드레아스 오텐자머의 형이다. 빈 필하모닉의 내한 연주와 필하모닉스의 멤버로서 우리 무대와 친숙하지만, 솔리스트로서 그것도 모차르트의 협주곡으로는 처음이다.

밝고 부드러우면서 밀도 있는 울림이었다. 영락없는 빈의 사운드. 템포와 강약을 조절하며 낭만적인 여운도 살리고 다채로운 음악의 표정을 살렸지만 어디까지나 차분하고 단정한 1악장 연주였다. 저역이 강조된 단단한 오케스트라 사운드와 잘 어울리기도 했다. 멎을 듯한 약음의 구사나 고음과 저음을 오르내리며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구름과 같은 자연스러운 운지가 기능적 완결성을 보여줬다. 은은하고 고요하게 2악장을 시작해 음악의 전개에 따라 서서히 볼륨을 높이며 솔리스트의 존재를 부각했다. 오케스트라 사운드의 한가운데서 톤을 조절하고 템포를 미묘하게 변화시키며 큰 울림을 만들어 냈다. 우아하면서도 절제된 아름다움으로 가득했다.

3악장은 분위기를 일신해 경쾌하면서도 발랄하게 한 번에 내달렸다. 쉴 새 없이 빠른 패시지를 가벼우면서도 눈부시게 소화해낸 비르투오소다운 향연으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자연스럽게 울리는 고음이 가장 아름다웠고, 인상 깊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연주를 들은 기억이 있었던가? 페터 막과 함께 불세출의 명연(DECCA)을 남긴 제르바스 드 페이어가 KBS 교향악단과 깊고 진한 연주를 들려줬으나, 전성기를 지난 시점이었기에 아쉬움도 있었다. 연주력이 정점에 달한 정상급 솔리스트의 귀한 연주였다.

2부는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 실연에 절망한 베를리오즈가 자신의 자전적 체험을 다섯 악장의 표제 음악으로 작곡했다. 상임지휘자로서 이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던 홍석원의 완벽한 통솔에 따라 약음과 강음의 대비로 풍부한 표정을 보여주며 시작했다. 일말의 불안감을 극적으로 드러낸 음악적 모호함이 오페라에 능한 지휘자의 손끝에 따라 빚어졌다. 첼로와 콘트라베이스의 분전이 1악장의 선명함을 더 했다. 저절로 어깨가 들썩이는 흥겨움으로 가득한 2악장을 홍석원은 산뜻하게 살려냈다. 목관의 조화로운 앙상블이 두드러지는 활약을 펼쳤는데 3악장에서도 같은 양상이었다.

한경아르떼 필하모닉의 목관 연주는 언제나 칭찬하고 싶다. 솔리스트 개인의 역량도 훌륭하지만 합주력이 탄탄하다. 하지만 쓸쓸함, 적막함 그리고 불안감을 온전히 드러내기 위해 호흡을 가다듬고 솔리스트 각자의 표정이 드러났어야 했다. 집중력이 아쉬웠다. 지휘자가 템포와 휴지를 적절하게 활용한 음악의 흐름을 보여줬다면 보다 멋진 3악장이 되었으리라. 격변하는 4악장의 흐름과 광기로 가득한 5악장은 이전과 완연히 다른 양상이었다. 과감한 템포는 아니었으나 치열한 연주였다.

광란의 장면을 마무리하며 음악적 익살과 여유를 더한 홍석원의 재치가 흥미로웠다. 드라마의 내러티브에 능한 지휘자의 리드에 따라 오케스트라의 기능적 잠재력이 발현된 수연이었다. 잘 다듬어진 세련된 세공보다 풋풋하고 직선적인 연주가 어필하는 작품이다.

음악평론가 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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